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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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복 //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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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감정기복이 심하다. 쉽게 우울해지고 어렵게 평정심을 찾는다. 쉽게 외로워지고 어렵게 평정심을 찾는다. 우울하고 외롭고 공허하고 허무하고 무기력해지는 건 순식간이고 그걸 회복하는 건 조금 어렵다.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수시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사람은 없고, 그럴 사람이 있어서도 안 된다. 회복되고 난 뒤에 난 분명 그 누군가가 필요없어질 테니까. 나에게 필요한 건 글, 일, 그런 것들. 오늘은 미팅이 빨리 끝나 급 시사회를 다녀왔는데, 사실 시사회를 다녀오면 그리 기분이 좋진 않다. 그곳엔 늘 별들이 모여 있고 나는 아직 별이 아니니까. 그냥 시사회 같은 건 초대 받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그간 궁금했던 영화라 시사회에 다녀왔지만, 다녀오면서 역시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평소 특별한 애정으로 아끼던 배우를 봤고, 나중엔 그 배우와 함께 일해야지, 생각하면서 오기로 버틴 시간. 아마 내 직업은 이런 이유든 저런 이유든, 오기로 버티고 버텨야 할 직업이겠다. 누구도 봐주지 않는 글을 쓰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세상에 나갈 시간을 기다린다. 그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때를 기다리며 계속 쓴다. 참 외로운 직업이다. 그래서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하게 된다. 아까 이러면서 사나보다 싶었던 순간이 하나 있었는데, 백예린의 새로운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봤을 때. 고작 그런 순간이다. 좋아하던 가수의 새로운 앨범 소식을 듣고 조금 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제는 좋아하던 애니메이터의 신작 예고편이 나와서 그걸 몇 번이나 돌려보며 힘을 냈다. 그렇게 버틴다. 그리고 또 쓴다.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때때로 한강에 나가며. 잘 살고 싶다. 나는 그냥 잘 살고 싶다.      

오래 전에 알던 사람 //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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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알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때 친했고 서로의 사정으로 자연스레 연락은 끊어졌지만 언제든 연락하려면 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 막연히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잘 못 지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늘어놨다.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덧붙이며 살아가는 힘듦을 토로 했다. 누군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만, 이 사람은 내가 쉬이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말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했던 대답이라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알겠어요. 그리고 조금 길게 했던 말이라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정도의 말들. 의사 말고 그렇게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너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준 사람은. 이 사람은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내온 걸까,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가 닿지도 못할 상처와 고통의 나날들. 자신의 이야길 털어놓으면서 몇 번이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저 자기 이야길 하는 것 뿐인데 계속 이어지는 미안하다는 말에서 이 사람이 얼마나 죄스런 삶을 살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했다. 의식적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입에 밴 미안이었다. 미안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 실제론 자신이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닌데도 그렇게 되어버린 삶. 그 일상이 되어버린 미안함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라도 괜찮다면, 마음껏 털어놓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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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아 언제나 날 다정한 애칭으로 불렀다. 오늘도 날 다정하게 불러왔고, 덤덤하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다정함과 덤덤함 사이에서 이 사람이 겪어 왔던 시간과, 지금 지나고 있을 시간의 무게감 같은 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되도록 많이 웃으려 했고 태연하게 농담을 했다. 대화하는 내내 힘내, 그래도 살아야지, 너무 슬퍼 마, 기운 내, 이런 말들이 얼마나 쉬운 말인지 실감했다. 너무나 쉽게 떠오르는 이 말을 단 한 번도 내뱉지 않았고, 내뱉을 수도 없었다. 그래선 안 되는 말이었다. 대신 나도 훨씬 더 다정하게 이 사람을 대해줄 순 있었는데, 그것 역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람에게 독이 될까봐. 덕분에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우린 서로에게 이렇게나 무심하다. 서로가 진정으로 힘든 순간엔 실상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화를 다 끝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사람의 인생을 응원해주는 것 뿐. 부디 잘 살길 응원하는 마음. 그 마음을 가지고 계속 살아간다. 난 그냥 당신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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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말미에 이 사람이 자기와 약속을 하나 하자고 했다. 자긴 잘 살 테니까 너는 멋지게 살라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약속. 약속. 몇 번을 말했다. 유치했지만 이 약속 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꼭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멋지게 살 테니까, 당신은 잘 살아. 나 약속 지킬 테니까, 당신도 지켜 줘. 

 

몇 번을 열고 닫았다가 //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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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생활이라면 작업실과 집, 때때로 운동, 산책이다. 운동과 산책은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중에 끼어 있으니, 결국은 작업실과 집 사이에 요즘의 내 생활이 다 담겨 있다. 보통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 5시쯤. 더 늦을 때도 있고 일찍 올 때도 있다. 이러나 저러나 새벽인 건 변함없고 늦을 때가 더 많으며 집에 오면 늘 자야 할 시간이다. 작업할 때는 노동요 리스트를 무한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집에 오면 차분한 음악을 듣는다. 죽을 끓여 먹는다. 자야 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아 무거운 건 못 먹겠고 그래도 뭔가는 먹고 싶고 음악은 듣고 싶고, 선택하게 되는 건 죽이다. 천천히 죽을 먹으면서 음악을 듣는다. 하루의 마무리다. 그리고 침대에 올라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자야 하지만 당장 자기 싫어서 괜히 더 만지작 거린다. 그러다보면 공허해져서 블로그를 연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 몇 번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반복한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겨우 몇 자 적는다. 더 쓰고 싶은데, 내 안에 있는 걸 더 토해내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정도라도 썼으니 잘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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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보다가 이나영에게서 <네 멋대로 해라>의 '전경'을 본다. 사실 지금의 이나영에게 전경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아주 가끔, 전경을 그리워 하는 내가 아주 가끔, 발견할 뿐이다. 이나영에게 전경은 어떤 의미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나영의 과거는 모두 전경이었다. 최근의 복귀작 <뷰티풀 데이즈>와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이제야 전경이 아니었다. 그전의 이나영은 모두 나에게 전경. 그 시절의 나였다. 
현재의 이나영에게 전경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 남아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과거의 나는 계속해서 지워지고 흐릿해져 가겠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과거의 나는 나다. 다 잊혀졌다고 생각해도, 아니 잊혀졌다고 여기지도 못할 만큼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다가도 불현듯 온다. 과거의 나는. 아까 이나영의 모습에서 전경을 본 것처럼. 한 순간에 그 시절이 소환된다. 2002년. 월드컵이 휩쓸고 지나갔던 그 여름, 나는 <네 멋대로 해라>에 울고 웃었다. 지금도 <네 멋대로 해라>를 생각하면 운다. 아까 이나영의 연기를 보며 전경이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와르르 무너졌다. 그 말투에, 그 얼굴에, 텅빈 청춘이 있었고 뜨거운 여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다. 이제 37살이 된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쓰고 쓰다가 잠이 드는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은 점점 단조로워지고, 불필요한 것들이 다 걸러지면서 자연히 글만 거름망에 남는다. 얼마 전 한 후배와 이야기하면서 나는 글을 못 쓰게 되면 그냥 죽게 될 거야, 라고 말했다. 그건 죽겠다, 라는 의지이기보다는 아마 자연스럽게 나는 죽게 될 거라는 의미였고, 그건 조금의 과장도 허세도 아니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리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글을 못 쓰게 되는 내 삶은, 살아있다 해도 아마 여분의 삶일 거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지내다 보니 봄이었고, 지내다 보니 겨울이었고, 지내다 보니 나는 30대가 됐고, 37살이 된 것처럼, 어느새 글을 못 쓰는 삶은 삶이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살다보니, 살다보니 다 지금의 모습이 된 거겠지. 오늘 집필하던 작품에 그런 지문을 쓰기도 했었다.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모두 어릴 때 꿈꾸던 내가 되셨나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새벽. 모두 잘 지내나요. 살아 있습니까. 나는 이런 내가 됐습니다. 전경이 시간이 흘러 강단이가 된 것처럼, 20대의 나는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말투에, 그 얼굴에, 과거의 나를 보고, 텅빈 청춘을 본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마지막엔 늘 잘 살자, 잘 살아야지, 다짐한다.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을 비는 것처럼.


매일 글을 쓰지만 // 잡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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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을 쓰지만 그게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난 존재하지 않았던 인간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겠지. 소리소문 없이.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아무도 모르겠지. 뭘 썼는지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매일매일 뭘 그렇게 열심히 해댔는지. 난 언제 어떻게 죽게 될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오늘 하루종일 썼던 그 글을 누군가 보게 될까. 난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 글을 쓴 나는, 이 세상에.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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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은 원룸에서 지내고 있는데, 서울살이 7년째쯤 되다보니 짐이 너무 많아져서 투룸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인터넷으로도 보고 부동산에도 가보고, 몇 군데의 집을 직접 방문했다. 마지막엔 두 군데 중에 고민하는 모양새가 됐다. 며칠 시간을 두면서 고민해보니, 자연히 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마음이 기운 결정적 차이는 '집'이었다. 한 군데는 지금 지내는 원룸보다 조금 넓은 '투룸' 같았고, 다른 한 군데는 확실히 '집' 같았다. 이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방이 두 개라는 점에선 둘 다 투룸이었지만 어쩐지 한 군데는 '집' 같았고, 한 군데는 '투룸' 같았다. 아무튼 그랬다. 더불어 나는 '투룸'이 아니라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서울에서 어디를 가든 저녁 시간이면 다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이는 가정집의 불빛들을 볼 때가 더러 있었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안심하는 마음을 가지곤 했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모이는 식구들. 다함께 식사를 하고 TV를 보고 저마다의 할 일들을 하다가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집집 마다의 삶들. 그 속에 머물고 싶다고 느꼈다. 비록 집 안에 사람은 나 혼자여도, 그런 삶들이 모이는 곳에 나도 함께이고 싶다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곳은 '투룸'이 아니라 '집'. 그와 동시에 나는 서울에서 얼마나 외롭게 지내고 있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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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올라 와 서울에서 지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집값도 비싸고 물 한 방울 공기 한 모금조차 다 돈 내고 지내야 하는 서울살이.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에서 나날이 짙어지기만 하는 미세먼지를 마시며 살아간다. 밥값, 교통비, 전기세, 가스비, 각종 영수증 고지서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면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내 나이는 어느덧 37살. 난 언제까지 서울에서 살까. 아마 별 일 없으면 계속 서울에서 살게 되겠지. 서울 뭐 좋다고. 계속 서울, 서울. 지독하게 혼자인 곳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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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서울의 밤하늘은 무슨 색일까 떠올려보니 여긴 먼지가 너무 많지, 그냥 회색이겠네, 생각하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도쿄의 밤하늘이 항상 가장 짙은 블루'라면 '서울의 밤하늘은 항상 짙은 먼지'겠다. 얼마 전 도쿄에 여행을 갔을 때도 하늘이 진한 파랑이어서 너무 좋았다. 서울 하늘이라고 파랗지 않겠냐만, 언젠가부터 서울에선 하늘을 아예 잘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서울은 여행지가 아니니까, 내가 늘 생활하는 곳이니까 하늘을 볼 틈도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하늘은 언제나 그곳에 있고, 한강도 늘 그곳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도 그런 대사가 있었다. 네가 어디에 있든 절망하고 있든 어떤 상태든 그곳에 있으면 됐다고. 신지(이케마츠 소스케)가 피던 빨간 담뱃불은 도쿄 밤하늘의 빨간 불빛으로 이어지고, 빨간 불빛들은 도쿄의 야경으로 이어지고, 도쿄의 야경 속에서 닭 튀김 도시락을 만드는 사람들로, 그리고 다음날 그 도시락을 먹는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와 신지로 이어진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아무도 듣지 않지만 계속 노래하고, 언젠가 신지와 미카가 지나면서 그 노래를 듣고, 신지는 어릴 적 동창을 만나 노래 가사에서 주문처럼 나왔던 '간바레'를 전한다. "하지만 힘내."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 존재하고 살아가는 존재들. 내가 직접 보지는 못해도 어디선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안녕하신가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나에게 그렇게 인사를 건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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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는 옛 연인을 만나 대뜸 말한다. 지진이나 재난으로 누군가가 죽으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조심하지 않냐고. 하지만 파키스탄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그러지 않는다고. 하지만 LA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조심하겠지. 그건 차별이지 않냐. 이 세상에는 무시 당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어. 나는 분명 무시 당하는 쪽이겠지. 그녀는 신지를 만나서도 늘 죽음에 대해 떠든다. 어머니가 자살해서 자신을 버림 받은 삶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을 보면서 늘 버림받는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토모유키(마츠다 류헤이)가 죽었을 때도, 간호사로 일하는 병원에서 환자들이 죽었을 때도, 늘 버림받은 자신의 삶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신지는 그런 그녀에게 죽는다는 말 좀 그만하라고 다그친다. 신지는 애초부터 세상의 반쪽을 잃어버린 인간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욱 삶에 매달린다. 잃어버린 세상의 반을 어떻게든 보려고. 늘 주변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챙긴다. 순수하게 돕는다. 이런 나도 살고 있으니까 당신도 살라고 말한다. 신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미카와 신지가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자전거를 탈 때 나눈 대화가 너무 좋았다. 나 엄마가 자살했어. 그랬어? 나 버림 받은 거야. 그랬구나. 걱정 마. 슬픈 일은 내가 반으로 줄여줄게. 처음으로 내 한 쪽 눈의 시력을 잃길 잘했다고 생각해. 서로의 상처를 덤덤하게 주고 받는 두 사람의 대화. 자전거. 그 밤의 공기, 밀도. 모든 게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좋아해, 미카 널. 다음날 신지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 대사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가장 중요한 접속사를 포함하고 있다.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거리 가수의 노래에 나왔던, '하지만' 힘내라는 가사. 방사능이 얼마나 퍼졌는지도 알 수 없고, 지진이 언제 또 올지도 알 수 없고, 전쟁이 언제 일어날 지도, 미세먼지가 얼마나 더 심해질지도, 도쿄 올림픽이 끝나면 일자리는 다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모두들 힘내.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너를 좋아해. 너무 힘들고 막막하고 길을 잃은 것 같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간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모두 잘 지내고 있나요.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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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말미에 미카가 신지에게 묻는다. 오늘 밤에도 또 뉴스 속보가 나올 것 같아. 지진이라든가 누가 죽었다든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이때 신지의 대답. 우선, 모금을 할 거야. 미카가 신지의 대답을 듣고는 화답한다. 그래, 모금을 하자.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잘 잤다고 인사하고, 밥 먹을 땐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자. 그러면 되겠지? 울먹이는 미카를 신지가 쓰다듬어 준다. 미카는 늘 자신은 죽어도 무시당하는 쪽일 거라고, 버림받는 쪽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때 신지의 모금을 하겠다는 대답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생각했다. 지진이든 무엇으로 인해서든 이 세계는 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 우선 모금을 한다는 것. 뜬금없는 대답 같지만 사실 이보다 더 좋은 대답이 어디 있을까. 너의 죽음을 나는 무시하지 않아. 고개를 돌리지 않아. 네가 죽으면 난 사람들을 붙잡고 모금을 할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떤 사람이든. 나는 널 버리지 않아. 그러니까,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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